고향의 봄을 닮은 밥도둑, 마늘쫑 간장볶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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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이맘때면 고향의 논밭에서 풍겨오던 싱그러운 마늘 향이 아직도 코끝에 선하다.
내가 자란 고향은 마늘 재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집집마다 마늘쫑을 다듬는 손길이 바빴고, 부엌에선 마늘쫑 특유의 향긋함과 짭조름한 간장이 어우러지는 냄새가 퍼졌다.
어릴 적, 봄이 오면 우리 집 밥상엔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반찬이 있었다.
바로 마늘쫑 간장볶음이다.
투박하지만 정성스레 썰어낸 마늘쫑을 참기름과 간장에 조심스레 볶아낸 그 반찬은,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만드는 ‘밥도둑’이었다.
요란하지도 않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만큼 질리지 않고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최고의 반찬이었다.
마늘쫑은 마늘이 꽃을 피우기 전에 솟아오르는 줄기인데, 이 시기에 수확하면 부드럽고 식감이 아삭하다.
갓 잘라온 마늘쫑은 생으로도 향긋하고, 살짝 데쳐 양념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주로 간장볶음으로 조리해 먹었다.
엄마는 늘 참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쫑을 볶다가, 진간장을 넣고 약불에서 졸이듯 볶아내셨다. 마지막엔 들깨 가루를 솔솔 뿌려 고소함을 더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했던 방식은, 그 마늘쫑볶음을 밥 위에 올려 덮밥처럼 먹는 것이었다.
따뜻한 흰쌀밥 위에 윤기 흐르는 마늘쫑을 수북이 올려놓고, 반숙 계란프라이 하나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한 끼였다.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가 났고, 입안 가득 마늘의 향과 간장의 짭조름함이 퍼지면 괜스레 마음도 든든해졌다.
도시로 떠난 이후에도 이맘때면 시장에서 마늘쫑이 보일 때마다, 고향의 봄이 떠오른다.
예전처럼 논두렁을 걷거나 마늘쫑을 다듬는 엄마의 손을 볼 수는 없어도, 마늘쫑 간장볶음을 만들면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요즘은 인터넷에 다양한 레시피가 있지만, 나에게는 엄마 손맛이 담긴 레시피 하나면 충분하다.
간단한 조리법도 공유하자면,
[마늘쫑 간장볶음 만드는 법]
재료: 마늘쫑 200g, 진간장 3큰술, 참기름 1큰술, 설탕 약간, 들깨가루 혹은 통깨
마늘쫑은 3~4cm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식힌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쫑을 넣어 중불에서 볶는다.
마늘쫑이 숨이 죽기 시작하면 간장과 설탕을 넣고 약불로 졸이듯 볶는다.
물기가 어느 정도 줄어들면 불을 끄고 들깨가루나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요즘은 마늘쫑이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마늘 특유의 항균작용과 면역력 강화 효과는 물론이고, 마늘쫑은 마늘보다 향이 부드러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짭짤한 양념과 만나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할 반찬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나물 반찬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고향의 풍경이자, 가족의 기억이며, 봄날의 따뜻한 위로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맛, 그 속엔 계절의 흐름과 엄마의 손맛, 그리고 그리움이 녹아 있다.
오늘도 밥 위에 마늘쫑 간장볶음을 올려놓고, 한 숟가락 크게 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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